오늘은 2008년 박경철 선생님의 아주대 강연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큰 울림이 있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인생을 바꿀 한 통의 전화
1993년 외과전문의가 된 박경철 선생님은 대전의 시골병원에서 인생을 바꿀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서울의 경제연구소 친구에게서 온 전화였는데, 미래 트렌드에 대한 강연을 들으러 가자고 한 겁니다.
힘든 진료에서 벗어날 겸 핑계를 대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에서 MBA를 마치고 1년째 백수가 된 친구와 함께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강연장에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가득 차 있었고, 찢어진 청바지에 UCLA티셔츠를 입고 뉴욕 양키즈 모자를 쓴 당시로서는 불량한 차림의 발표자가 나타났고, 박사급 연구원들은 모두 강연자를 무시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발표 시작 후 30분이 지나자 맨 앞줄과 박경철 선생님, 그리고 백수 친구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연 주제는 "멀지 않은 시기에 W(WEB)의 세상이 온다"
W의 세계 안으로 은행도 들어오고, 증권사도 들어오고, 핵무기도 만들고 전쟁도 한다는 당시로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박경철선생님은 그때부터 발표자가 망상장애와 같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강연이 끝나고 다 나가는 순간에, 백수친구가 W와 더 이야기를 해야겠으니 1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W는 2 ~ 3년 뒤 자본금 700만 원으로 웹 관련 회사를 설립했고, 2008년 기준 시총 2조 원의 회사가 됩니다.)
백수친구는 당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메일 사이트를 시작했는데, 박경철 선생님은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합니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
둘째, 우표값이 아까워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편지는 자고로 육필로 써야 한다.
하지만 백수친구는 W가 모든 사람이 컴퓨터로 편지를 쓰는 순간이 온다고 얘기했다 합니다.
이후 시범사업으로 정부기관과 종합병원에 인터넷 전용선을 놓게 되면서 백수친구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사용하게 되는데, 나중에는 병원에 있는 전 직원이 가입하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고, 대구에서 시작한 전자메일 회사가 1년 만에 250만 명의 가입자를 모집하게 됩니다. 그리고 99년 초 외국계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에 회사 지분을 600억 원에 매각합니다.
세상을 바꾼 1%의 천재
이제부터 박경철 선생님이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이 본인에게 아주 고통스러웠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친구가 잘 돼서 배가 아팠던 것이 아닙니다.
같은 강연장에서 같은 말을 들었는데 왜 백수 친구에게는 인생을 걸고 뛰어들어야 할 복음으로 들렸고, 자신에게는 망상장애를 가진 한 환자의 기괴한 이야기로 들렸던 것일까?
박경철 선생님은 이 해답을 제레미 리프킨의 책에서 구했다고 합니다.
현생일류가 30만 년 전에 태어났을 때 유일한 자산은 돌도끼였습니다.
30만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엄청나게 많은 자산을 갖게 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모든 인류가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직 0.1%의 창의적인 인간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꿈꾸지 못하는 것을 꿈꾸고 여기가 새로운 세상이라고 어두운 곳에 깃발을 꽂으면, 0.9%의 통찰력과 직관을 갖춘 안목 있는 인간이 그것을 알아보고 뛰어들어서 한 배를 타고 등을 밀고 손을 당기면서 이루어낸 놀라운 1%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레미 리프킨은 0.1%의 창의적인 인간과, 그것을 알아보고 함께 문명을 0.9%의 안목 있는 인간, 즉 1%의 인간이 문명을 이끌었고 그렇지 못한 99%의 인간을 잉여인간으로 규정했습니다.
미래 트렌드를 예견한 W는 0.1%였고, 그것을 알아보고 참여한 백수친구는 0.9%, 그리고 W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한 박경철 선생님 본인을 잉여인간으로 치부하며 처절한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1900년대의 W, 핸리포드
그러면서 W는 역사 과정에서 꾸준히 등장했고, 1%의 인류가 만들어낸 놀라운 역사의 순간들의 예시를 듭니다.
1903년 핸리포드가 변속기와 엑셀레이터가 달린 근대적인 자동차를 만들었으나, 핸리포드의 제작 발표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칭찬보다는
조롱을 했는데, 기차보다 비싼 생산단가로 만들어서 4명밖에 타지 못하는 자동차를 누가 살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핸리포드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서 절망했지만 결국 대량생산에 성공해서 원가를 낮추었고, 정해진 길만을 달리는 기차를 제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핸리포드는 다음과 같은 비망록을 남겼습니다.
- 사람들이 자동차 한 대의 생산가를 보고 나를 조롱하지만, 대량 생산하면 생산단가는 떨어진다.
- 기차는 100명이 탈 수는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밖에 가지 못하는 반면, 자동차는 4명밖에 타지 못하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고, 기차가 가지 않는 모든 도시를 연결해 세상을 물류 혁명으로 뒤집을 것이다.
이때 핸리포드가 W라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이 바로 세계 최고 부자 중의 한 명인 록펠러였습니다.
자동차를 만들 기술은 없었지만 정유공장의 지분이 있었고, 자본이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가 석유를 통해 움직인다는 것에 착안해 주유소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핸리포드가 자동차를 10대도 만들기 전에 8곳에 주유소를 만들었고, 4년이 지난 1907년에 보급형 모델 T가 대량생산에 성공하고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이후 20년간 온 세상이 자동차로 뒤덮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핸리포드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간 것은 핸리포드가 W임을 알아본 록펠러였습니다. 1940년대 중반까지 주요 길목을 주유소로 선점하고서는 미국 전체 주유소의 94%를 독과점해 버리는 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박경철 선생님이 찾은 W
박경철 선생님은 그래서 다시는 W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병원 원장님께 핸드폰을 선물로 받게 됩니다.
1990년대의 핸드폰은 가입비가 250만 원에 기계값도 그에 준하게 비싼, 아무나 쓸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병원 원장님이 준 핸드폰을 고향 친구들에게 자랑하자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7,000원만 내면 삐삐를 사고 한 달에 2 ~ 3,000원만 내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비싼 통화료를 내면서 굳이 핸드폰을 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박경철 선생님은 그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100년 전 핸리포드의 모델 T가 100년 후인 현재 핸드폰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이게 W구나 하고 눈이 떠졌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총무과에 전화해 한국이동통신 주식회사에서 서비스를 하고, 핸드폰 기계는 모토로라라는 회사의 상품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국이동통신의 주식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당시 한국이동통신 주식은 공기업이어서 주식거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한국이동통신이 SK에 넘어간다는 소리가 들리자 직원들은 주식을 명동사채시장에 팔고 있었고, 박경철 선생님은 W의 통찰에 올라타기 위해 월급만 받으면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이동통신 자사주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당 2만 원이었던 주식은 SK텔레콤으로 상장되어 65,000원이 되었고, 3배 정도의 수익으로는 W라고 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6만 원대에도 SK텔레콤 주식을 W로 가는 티켓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사모았습니다.
그리고 3 ~ 4년이 지난 1999년 말, 한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SK텔레콤 한 주의 가격은 520만 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만 원에 샀던 주식이 520만 원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때를 회상하며 박경철 선생님은 본인은 주식투자를 한 것이 아니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나가던 마지막 W의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올라타고 다음 정거장에 갈 수 있었던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박경철 선생님은 이 귀중한 경험에서 얻은 통찰이 바로 'WHY?'라는 물음이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W인가? W라면 왜 그런 것인가? 하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모르겠으면 남에게 묻고, 책과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왜 W인지를 처절하게 고민하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자신은 0.1%의 W도, 0.9%의 투자자도 아닌 잉여인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박경철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 기계 문명의 시대에는 기계를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 이때 인간은 거대한 공장의 부속품처럼 살아야 했다.
- '왜'라는 질문은 금기였으며, '왜'라는 질문을 하는 인간은 사회 부적합형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왜냐하면 과거에는 직렬구조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하면 아웃풋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 이때 사고방식은 잘못되면 사람을 자르자였다.
-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서는 '왜'라는 질문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 모든 것이 '왜''에서 출발한다.
- 여러분은 내가 앞으로의 W가 무엇이 될 것 같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손을 들어 내 생각은 이러하다 하고 2시간은 떠들 수 있어야 한다.
- 나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문하고, 최소한 그 준비를 하기 위해서 치열해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자각과 자기애가 필요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믿어야 한다.
당신의 W는 무엇인가?
우리는 1990년대에 시작되었던 인터넷혁명이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옮겨놓은 새로운 30년간의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세계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 현실세계의 모든 것을 가상현실로 옮겨 놓으려는 새로운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고, 발견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W는 과연 무엇일까?
당신의 W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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